2010년 2월 3일 수요일

칼텍을 가다 (3) 칼텍에서의 첫 수업! CNS/Bi/EE 186

나와 내 후배는 Visiting Student Researcher 자격으로 온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수업을 들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지도교수님의 소개로 지금 수행하고 있는 연구와 관련있는 분야의 수업에 참석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첫 수업이라 설레기도하고 이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어떤 점이 다를까를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되어 기뻤다.

수업이 10:30분에 시작되는데, 10:30분에도 아직 나랑 후배를 포함하여 10명이 채 안되는 학생들이 강의실에 들어와있다. 수업 인원이 20명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교수님도 학생들도 별로 개의치 않는 듯이 보였다. 수업은 내내 토론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교수님이 질문을 하고 학생들은 대답을 하는 방식으로... 선행 지식이 있거나 혹은 예습을 하지 않고서는 전혀 토론에 참여할 수가 없었다. 물론 모든 학생들이 토론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주로 4~5명 정도가 아주 능동적으로 토론에 참여하고 있었다. 일단 수업이 시작되면 토론으로 수업 내용을 전부 진행한 다음에, 교수님이 준비한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넘기면서 수업 내용을 정리하는 방식이었다. 매우 효과적이고, 복습이 알아서 되는... 그리고 토론을 통해 앞으로 뭘 더 공부해야할지를 깨닫게 해주는 효과적인 수업 방식이었다.

우리나라와 크게 다른 점 한가지는, 수업이 학제연계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이는 내가 현재 참여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CNS: Computation and Neural Systems라는 학제융합적인 새로이 개설된 학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학제융합적 학과가 개설되어도, 그 학과에 소속된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수업을 개설하고 진행하는 것과 다르게, 그 학과와 연계된 다른 학과에서 교수들이 2~3명 참여하여 한 개의 수업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수업이 개설되고 유지되고 있었다. 학과간의 벽이 높고, co-work이 잘 되지 않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이러한 방식으로 각 학문별로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부터 배울 수 있고, 그것을 한 개의 커리큘럼으로 묶어서 진행하는 이러한 방식이 매우 맘에 들었다.

2010년 2월 2일 화요일

칼텍을 가다 (2) 패서디나의 잠 못 이루는 밤



칼텍의 건물들은 대체적으로 단조로운 형상을 지니고 있다. 옅은 아이보리색의 벽, 붉은 지붕. 2004년부터 2년 간 카투사로 군복무를 하던 시절에, 주한미군기지의 군사용 건물들과 비견될 만큼 단조롭기 그지없는 디자인을 자랑한다. 하지만 Beckman Institute 및 신축 건물 몇몇 동의 디자인은 심플하지만 나름 특색있는 형태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칼텍의 캠퍼스는 낮보다는 밤이 더 아름답지 않나 생각한다. 환하게 불을 비추고 있는 수많은 연구동, 그리고 야자수 나무 밑에서 비추는 불빛은 칼텍 건물의 간명함에 아름다움을 더한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학교 편의시설은 오후 6시를 기준으로 서비스를 중지하지만, 몇몇 카페와 편의점은 새벽 1~2시까지 영업을 한다. 늦도록 공부와 연구를 병행하는 학생들을 위한 작은 배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2010년 2월 1일 월요일

칼텍을 가다 (1) 이제 나도 칼텍 학생이다!

2010년 1월 31일 저녁 8시경, 예정보다 약간 빠르게 로스엔젤레스 국제공항(LAX)에 착륙했다. 어둠이 자욱하게 깔린 활주로 넘어로 LA 시가지가 불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입국심사대를 거쳐 셔틀에 몸을 뉘인 나는 정신없이 지나간 한 학기를 뒤로하고 잠깐 휴식을 청했다.

고려대학교 컴퓨터학과 02학번으로 입학한지 7년에 되는 해에 나는 학부를 졸업하고 WCU사업으로 개설된 고려대학교 뇌공학대학원에 진학하였다. 학부에서 컴퓨터학과 금융공학을 전공한 나는 신경과학(Neuroscience)이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에 발을 디딘 것이다. 미국에서 초빙되어 오신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h)의 석좌교수인 Christof koch 교수님을 지도교수로 모시고 나의 석사과정은 시작되었다. 신경과학에 대해서는 전혀 알고 있는 바가 없던 나는, 컴퓨터학을 전공한 학문적 배경을 기반으로 지도교수님의 주 연구분야 3개(Biophysics, Vision and Consciousness) 중, Vision (그 중에서도 Text Detection)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였다.

2009년 9월 1일부터 시작된 석사과정은 그야말로 하루살이로서 한 학기를 살아온 기간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RA/TA를 동시에 맡게된 나는 퀴즈, 과제 준비 및 연구를 반복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왔고,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니 한 달 간의 미국 출장(!)을 향한 비행기에 탑승해 있었다.


칼텍! 공대생이라면 듣기만 해도 설레는 그 이름. MIT와 함께 미국 최고의 공과대학을 표방하고 엄청난 연구성과를 올리고 있는 칼텍, 소수지만 수많은 노벨수상자를 배출한 학교의 첫 모습은 소박하기 그지 없었다. 어디서부터가 캠퍼스의 시작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수수하게 설계된 건물들 앞에 작은 글씨로 "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라는 학교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대충 봐서는 어디가 마을 사람들이 거주하는 가정집인지 학교 건물인지를 분간하기 힘들 정도였다.


같이 석사과정으로 입학하여 이곳으로 한 달간 Visiting Student Researcher 자격으로 오게된 학부 1년 후배와 같이 Student Services 건물로 향했다. 간단한 서류 작성과 사진 촬영을 마치고 우린 칼텍 학생증을 발급받게 되었고, 한 달간 머물 숙소의 열쇠를 건내 받았다. 캠퍼스에서 10~15분 정도 떨어진 마트에서 식료품 및 필요한 용품을 구입한 우리는 여기 칼텍에서의 한 달을 준비하고 지금 여기 소위 KLAB이라고 불리는 Koch Laboratory에 들어와서 앉아 있다. 오늘 발급받은 학생증을 보니, 어떻게 첫 학기가 지나고, 내가 어떻게 이곳 칼텍에 까지 오게 되었는지 얼떨떨한 기분이 든다. 이제 앞으로 4주간 이곳 칼텍에서의 치열한 하루하루가 시작된다. 어제 보다는 나은 오늘이, 아침보다는 더 나은 오후가, 1시간 전보다는 더욱 향상될 지금의 나를 그리며, 칼텍 학생으로서의 하루를 이렇게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