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31일 저녁 8시경, 예정보다 약간 빠르게 로스엔젤레스 국제공항(LAX)에 착륙했다. 어둠이 자욱하게 깔린 활주로 넘어로 LA 시가지가 불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입국심사대를 거쳐 셔틀에 몸을 뉘인 나는 정신없이 지나간 한 학기를 뒤로하고 잠깐 휴식을 청했다.
고려대학교 컴퓨터학과 02학번으로 입학한지 7년에 되는 해에 나는 학부를 졸업하고 WCU사업으로 개설된 고려대학교 뇌공학대학원에 진학하였다. 학부에서 컴퓨터학과 금융공학을 전공한 나는 신경과학(Neuroscience)이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에 발을 디딘 것이다. 미국에서 초빙되어 오신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h)의 석좌교수인 Christof koch 교수님을 지도교수로 모시고 나의 석사과정은 시작되었다. 신경과학에 대해서는 전혀 알고 있는 바가 없던 나는, 컴퓨터학을 전공한 학문적 배경을 기반으로 지도교수님의 주 연구분야 3개(Biophysics, Vision and Consciousness) 중, Vision (그 중에서도 Text Detection)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였다.
2009년 9월 1일부터 시작된 석사과정은 그야말로 하루살이로서 한 학기를 살아온 기간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RA/TA를 동시에 맡게된 나는 퀴즈, 과제 준비 및 연구를 반복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왔고,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니 한 달 간의 미국 출장(!)을 향한 비행기에 탑승해 있었다.
칼텍! 공대생이라면 듣기만 해도 설레는 그 이름. MIT와 함께 미국 최고의 공과대학을 표방하고 엄청난 연구성과를 올리고 있는 칼텍, 소수지만 수많은 노벨수상자를 배출한 학교의 첫 모습은 소박하기 그지 없었다. 어디서부터가 캠퍼스의 시작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수수하게 설계된 건물들 앞에 작은 글씨로 "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라는 학교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대충 봐서는 어디가 마을 사람들이 거주하는 가정집인지 학교 건물인지를 분간하기 힘들 정도였다.
같이 석사과정으로 입학하여 이곳으로 한 달간 Visiting Student Researcher 자격으로 오게된 학부 1년 후배와 같이 Student Services 건물로 향했다. 간단한 서류 작성과 사진 촬영을 마치고 우린 칼텍 학생증을 발급받게 되었고, 한 달간 머물 숙소의 열쇠를 건내 받았다. 캠퍼스에서 10~15분 정도 떨어진 마트에서 식료품 및 필요한 용품을 구입한 우리는 여기 칼텍에서의 한 달을 준비하고 지금 여기 소위 KLAB이라고 불리는 Koch Laboratory에 들어와서 앉아 있다. 오늘 발급받은 학생증을 보니, 어떻게 첫 학기가 지나고, 내가 어떻게 이곳 칼텍에 까지 오게 되었는지 얼떨떨한 기분이 든다. 이제 앞으로 4주간 이곳 칼텍에서의 치열한 하루하루가 시작된다. 어제 보다는 나은 오늘이, 아침보다는 더 나은 오후가, 1시간 전보다는 더욱 향상될 지금의 나를 그리며, 칼텍 학생으로서의 하루를 이렇게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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